1. 숨비소리, 그리고 삶의 노래
제주 바다를 생각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저는 솔직히 말하면, 푸른 바다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주도에 가서 직접 해녀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니 ‘바다’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훨씬 더 풍부하고 복잡한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 해녀분들의 삶은 그냥 ‘바다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하나 되는 것’에 가까웠어요.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가 잠시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나올 때 내쉬는 숨소리, 바로 ‘숨비소리’잖아요? 그 소리를 직접 들어봤는데, 그냥 숨 쉬는 소리가 아니더라고요. 힘겨움과 절망, 그리고 희망과 기쁨이 모두 섞여있는 듯한, 묘한 소리였어요. 마치 바다가 내는 노래 같았죠. 어떤 분은 숨비소리에 대해 “바다와 나누는 대화”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정말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숨비소리 하나하나 속에는 수십 년, 수백 년 바다와 함께 했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겠죠. 그들의 삶은 그저 물질만 하는 게 아니고, 갯녹음 현상이나 해양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다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물질을 하며 채취하는 해산물 종류도 해양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놀랍지 않나요?
저는 해녀분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에도 매우 흥미를 느꼈어요. 물질할 때 쓰는 물안경, 테왁(물에 뜨는 부표), 낫 등등… 모두 오랜 세월 해녀들의 지혜가 담긴 것들이죠. 특히 테왁은 단순한 부표가 아니라, 해녀들의 생명줄과도 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도구들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어요.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말이죠. 그리고 그 도구들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그들의 삶과 정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어요. 물질에 필요한 체력과 기술은 물론이고, 바다의 흐름과 해양 생물의 습성 등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숙련된 기술을 익혀야 하니까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2. 해녀의 몸, 바다의 기억
제주 해녀들은 오랜 세월 바다에서 일하며 몸에 많은 상처를 입었어요. 피부는 햇볕에 그을리고, 관절은 쑤시고,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남았죠. 하지만 그 상처들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그들이 바다와 함께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그들의 몸은 마치 바다의 기억을 간직한 살아있는 기록 같다고나 할까요?
제가 만났던 한 해녀분은 손가락이 많이 구부러져 있었어요. 오랜 세월 바닷속에서 일하며 차가운 물에 손가락이 굳어버린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가슴이 아팠지만, 동시에 경외감을 느꼈어요. 그분의 손가락 하나하나에는 바다의 깊이와 해녀의 삶의 무게가 담겨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손으로 잡은 해산물들은 그 바다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결정체와도 같았어요.
또 다른 해녀분은 바다에서 상어를 만난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상어를 만났을 때의 공포감과 극복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분은 그 경험을 통해 더욱 강인해졌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강인함은 단지 체력적인 것만 아니라, 바다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신적인 강인함이었어요. 이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의 삶의 힘과 의지에 깊은 감탄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3. 해녀의 미래, 바다의 미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제주 해녀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젊은 세대들이 해녀가 되는 것을 꺼리고, 바다 환경 오염으로 해산물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으니까요. 이는 단순히 해녀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제주 바다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예요.
저는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등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해녀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해요. 해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젊은 세대들이 해녀 직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해요.
또한,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해요. 단순히 해녀들의 삶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제주 바다 자체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해녀의 삶과 그들이 지켜온 바다는 우리에게 소중한 유산이며, 그 유산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주 해녀들이 계속해서 바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제주 바다가 계속해서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